주말에 본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2부를 리뷰해보려 한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소비에 노출되어 있다.
이 다큐는 소비를 조장하도록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소비로 정말 행복해졌는지 자문하도록 한다.
나를 둘러싼 쇼핑환경을 냉정하게 볼 줄 아는 눈, 그런 냉정한 시각이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진짜 원해서 소비하는지, 아니면 사고 싶게 만들어서 소비하고 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 다큐를 계기로 스스로를 점검해볼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했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 EBS 다큐, 짧고 굵게 정리해보려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는 소비
쇼핑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게 된다. 아기들은 광고를 통해 최면에 빠지게 되고 쏟아지는 캐릭터와 관련 물품들을 소유하게 되면서 미래의 소비자로 길들여지게 된다.
어릴 때 좋아한 과자를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하고 그 과자를 내 아이에게까지 먹이게 되면서 소비의 되물림이 이어지는 셈이다.
놀라웠던 것은 "아기가 한 살 반이 되면 최소 100개의 브랜드를 기억하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케터들은 이 사실을 알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자동차 매장에 차 자체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전시해놓고 부모를 유인하는 것이 이러한 전략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부모의 소비습관에 강력한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를 '조르기의 힘'(Pester Power)이라고 한다.
소비하도록 내몰리는 타깃
아이들 못지않게 마케터들이 주목하는 타깃이 있다. 바로 여성이다.
마케터들이 여성 심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여성은 감정에 약하다는 것
둘째, '부재자 쇼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본인 외에 가족 물품까지 챙겨 소비가 확대됨)
내가 필요로 하는 것에 감정적으로 동조해주길 바라고, 나만의 소비보다는 '가족의 소비'로 이어지는 여성의 구매행태 때문에 마케터들은 그들의 니즈와 심리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물품을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게 하려고 백화점/마트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찾기 어렵게 위치해놓고, 1층에 화장실을 만들지 않는다. 마트 카트의 크기도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이런 사소한 설정 하나하나 모두 계산된 전략인 것이다.
마케터들은 카메라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관찰한다.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상황을 만들고 장치를 설정한다.
무의식에 지배되는 소비
지름신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내 소비가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보고 만져보고 맛보고 냄새 맡는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감 마케팅에 의해 무의식은 쉽게 조종당하기 때문이다.
소비를 부추기는 다양한 마케팅 앞에서 사람들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신경과학과 마케팅을 결합한 '뉴로마케팅'이 있을 정도로 마케터들은 뇌과학까지 연구하며 사람들의 소비를 조장한다.
우리가 무의식에 지배되어 통제 불가능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가 있다.
과소비 지수 = 월평균 수입 - 월평균 저축 / 월평균 수입
※ 결과
-
과소비 지수 1: 재정적 파탄 ▶고위험
-
과소비 지수 0.7: 과소비 ▶위험
-
과소비 지수 0.6: 적정 소비
-
과소비 지수 0.5: 근검절약
소비형태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성보다는 감정에 앞선 것이 바로 3번과 4번인 과소비와 중독 소비이다.
① 생존 소비 < ② 생활소비 < ③ 과소비 < ④ 중독 소비
위 수식대로 계산했을 때, 0.7 이상이 아닌지를 점검해보면 된다.
무엇이 우리를
소비하게 하는가
그렇다면 과연 어떤 감정들이 우리를 자극해 자꾸 소비하게 만드는 걸까?
이 질문에 다큐에선 '3가지의 감정'을 제시한다
첫째, 불안_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의 집 자식들과 비교해 뒤쳐지고 싶지 않다는 학부모의 불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지닌 불안감 때문에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당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소외감_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다는 감정이 들었을 때 자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커지게 된다.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청소년기에 더 강하게 작용해 또래 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한 때 노스페이스 점퍼가 제2의 교복으로 불릴 만큼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이런 심리 기반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셋째, 슬픔_
슬픈 감정을 느낄 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 많은 지출로 물건을 구매한다. 슬픔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 '상실(공허감)'인데,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구가 바로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한 실험 해서 슬픈 영상과 평화로운 영상을 각각 본 후 특정 사물의 물건가 격을 정해보라고 했을 때, 슬픈 영상을 본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물건 가격을 정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덧
현금을 쓸 때와 카드를 쓸 때 뇌가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고 한다.
실제로 당장 나의 돈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뇌는 손실로 느끼지 않고 죄책 감 없이 카드를 자주 쓰게 된다는 것! ㄷㄷ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슬플 때, 내 손에 신용카드가 있다면?
뭐 거의 파아 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ㄷㄷㄷ
우리는 소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치밀한 마케팅과 신상의 홍수 속에서도 누군가는 소비중독이 되고, 또 누군가는 적정한 지출을 유지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자존감'이었다.
자기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지를 우선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소비로 그것을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 나 또한 외모에 집착하고 과도하게 공들여 치장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내면엔 어떤 결핍이 존재했던 것 같다. )
자존감이 당장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과) 소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돈을 쓰도록 조종당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고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는 인간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면..
이 질문에 '가능하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보았다.
과연 어떠한 소비가 행복한 소비일까?
우리의 소비가 결국 우리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꼭 해야만 하는 행위라면 그 행복감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덧
참고로, 소비와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 결과
물질에 대한 소비보다는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소비'가 행복감을 더 오래 지속시켜주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이가 전한 뼈 때리는 말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캡처본을 덧붙인다.
쇼핑은 패배가 예정된 게임이라고 한다. 쇼핑중독 체크리스트를 남겨볼 테니 자가측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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